2015. 4. 6. 15:26ㆍ카페와 맛집/삼청,성북,서촌
|옥인피자 _ 서촌 그리고
사실, 시간이 있고 여유가 있을때, 그리고 내 발목이 지금보다 건강했을 때.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동네를 걷는것이 내 삶을 풍요롭다 느끼게 하는 한가지 방법이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종종 선택했던 동네는 이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통에
본연의 고즈넉함을 잃은 삼청동과, 라카페 갤러리가 있는 부암동 산자락이었다.
사람의 흐름은 그렇게 시간에 따라 새로운 물꼬를 트듯,
또 새롭게 사람들이 몰려가는 동네가 연남동과 서촌인듯 하다.
물론 이 지역도 이미 너무 많이 유명해져서, 웬만한 맛집이나 소문난 집은 줄을 서야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말이다.
따뜻한 봄기운이 도는 지난주,
우리는 서촌을 걷기로 했다.
주말에 사람들이 몰리는곳은 피하고자 했지만.
날씨가 우리를 가만있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거닐게 된 서촌,
내가 기존에 알고있던 서촌은 진짜 서촌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그가 우리의 점심식사를 위해 제안한 곳은 [누하의숲] 이라는 일본식 가정식 집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느긋함이 이곳에서 식사는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3시쯤 일부러 점심시간을 피해서 갔지만,
이미 웨이팅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당일 준비해놓은 식재료가 이미 다 떨어졌단다.
▼ 서촌 누하의숲
그렇게 다음 대안으로 찾게 된 곳은 옥인피자.
서촌과, 피자.
뭔가 낯선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여
이곳역시 웨이팅을 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맛집이었다.
다행히도
나란히 앉는 테이블이 괜찮다면 바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에
우리는 마주보는 테이블을 포기하고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기로 한다.
▼ 옥인피자 입간판
기존의 한옥형태의 주거를 상업시설로 리모델링 한 이 공간.
옛것과 현대의 것을 조합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곳곳에 보인다.
기존의 것들을 허물지 않았음은 서촌의 정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공간으로 만들어주었다.
새것이 주지못하는 옛것의 정취.
그것이 서촌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출입구쪽에서 바라본 옥인피자 내부
옛것과 새것이 만나 기존의 옛 공간을 현재의 확장된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기존의 것이 초라해보인다거나 쓸쓸해 보이지 않게 조합하는것이 중요하다.
옛것은 옛것의 매력을 그대로 살리고,
새것은 새것의 매력을 그대로 살려
두가지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 과거와 현재의 결합, 기존의 것과 새것의 이음부. 나무와 플라스틱
내부 홀에서 넌지시 바라다본 창은
마치 어느 작가의 그림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창은 때론 멋진 그림이 되기도 한다.
처음찾는 레스토랑에서는 그 레스토랑의 가장 유명한 음식을 먹어보는게 좋은듯 하다.
그리하여 선택한 메뉴는 단호박 치즈피자.
이곳의 피자는 도우가 양쪽으로 덮여있어
맨손으로 잡고 먹기 편하다는 것이다.
물론 직접 속의것들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으나.
그건 입안에서 확인하기로 한다.
도우 사이로 비집고 흘러나오는 치즈들이
이 피자의 매력에 더욱 빠지게 만든다
피자는 자극적이지 않고 너무 달지도 않으며
단호박의 참 맛 그대로를 잘 살렸다 싶다.
먹자마자 든 생각은
"음, 담백해!"
느끼하지도 않고, 고소하고 단백한 피자였다.
▼옥인피자의 가장 핫한 메뉴 단호박치즈피자
정신없이 피자를 먹느라
사이드의 것들은 사실 신경쓰지 못했다.
사이드는 그의 몫이었다.
▼ 플레이트엔 웨지감자 그리고 샐러드가 함께 나오는 메뉴가 있다.
마주앉아 창 너머의 하얀 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한다.
▼ 식탁 너머로 보이는 깨진 화분, 시든 풀이 담긴 화분 마저 느낌있게 다가오는 이곳
흔히 경복궁 서쪽 동네라 서촌이라 알고있지만,
인왕산 옛 이름인 서산 밑에 있는 동네라 서촌이라고 불렸다는 것으로 이해하는것이 맞다.
나역시 서촌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그치만 현재의 개념으로서의 서촌은 후자가 맞다고 하니.
둘다 맞는것으로.
골목길이 좋은 이유는
지나가다 만나는 이런 풍경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 한창 유행인 오색 안개꽃다발.
연인들을 타켓으로 한듯하다.
내가 이꽃집 사장님이었다면
저 안개꽃다발 사이에 작은 푯말하나로 꽃집이름을 적어놓았을듯하다.
꽃사진은 찍었지만,
꽃집이름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 골목길 어느 꽃집, 이곳을 지난 사람이라면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 그림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으리라 생각된다.
고로케를 사랑하는 그는 이 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결국 맛을 보기로 한다.
치즈코로케를 맛본 그는 엄지를 척! 하고 치켜 든다.
고로케 집 옆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고로케를 맛있게도 먹고있는 저 두 아이가 너무너무 에뻣다.
골목길이 주는 풍경이다.
▼날라리 고로케, 이름과 달리 고로케 맛이 제대로인.
제일 신기했던 풍경은
이 낡고 낡은 간판을 달고있는 꽃집에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서 꽃을 산다는것이었다.
무엇때문에 사람들이 저렇게 줄을 서서 긴시간 기다려 꽃을 사는가 싶었는데
다름아닌 미니 꽃다발 때문이라고 한다.
미니 꽃다발 3,000원
날좋은날 서촌 데이트 하는 연인들에게 부담없는 가격으로 여자친구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아이템 아니겠는가.
이날 지인은 40분을 기다려 꽃다발을 손에 안았다고 한다.
삼청동이나 다른 동네 미니꽃다발이 보통 5,000~7,000원 정도인것을 감안하면
정말 싸긴하다.
그리고 이쁘더라.
▼ 뽀빠이 꽃 화원, 서촌, 줄서서 꽃을 사는 꽃집
주말에 방문하면 어쩔 수 없이 많은 사람들 틈에 끼여 고생하겠지만
그래도 강남의 북적거림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드는 이곳이다.
연인과 데이트하기에 좋은
걷기좋은 동네
서촌이었다.
옥인피자의 위치는 아래 지도를 참고하시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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